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하(立夏)
여름의 첫 번째 절기인 입하(立夏)는 농사 비가 내리는 곡우(穀雨)와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인 소만(小滿) 사이에 들어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기이다.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로 음력으로 4월에 들었으며, 양력으로 5월 6일 전후 무렵이고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렀을 때이다.
입하(立夏)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다른 말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불린다. 또한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른다.
입하(立夏)가 다가오면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며,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한다. 또 밭에는 참외꽃이 피기 시작하며,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 뽑기에 부산 해지며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치기에 한창이다.
농경사회의 입하(立夏)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 절기 무렵이면 해충도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병충해 방제는 물론, 각종 잡초를 제거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하며,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고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하(立夏)가 오면 농사일이 좀 더 바빠진다.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는 입하(立夏)는 신록을 재촉하는 절기이다.
입하(立夏)의 세시풍속
세시풍속의 하나로 입하(立夏) 즈음에 쌀가루와 쑥을 한데 버무려 시루에 쪄 먹는 떡을 이른바 쑥버무리라고 하여 절식(節食)으로 먹기도 하고, 집안에 따라서는 색다른 음식을 마련해 농사꾼들의 입맛을 돋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되는 이 시기부터 들판의 풀잎이나 나뭇잎이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찻잎을 채취하는 손길도 분주해진다. 보통 곡우 때 채취해 만든 차를 최상품으로 여기며 우전차(雨前茶)라고 한다. 곡우 때 만든 차만 최상품이 아니라 입하(立夏) 무렵에 만든 차도 이에 못지않게 품질이 좋다. 입하(立夏)까지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삼촌차(三春茶)·삼첨(三尖)라고 불린다. 그리 입하(立夏) 후에 만든 차를 사춘(四春)·난청(爛靑)·장대(長大)라 하여 이것들을 통틀어 입하차로 부른다.
입하(立夏)와 관련된 속담
입하(立夏)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되므로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뜻으로 “입하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농사법은 세시절기에 따라 농사일의 시기를 가늠하는 예가 많은데, 이 속담은 바로 이런 농사일의 제철을 알리는 속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말이 있는데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立夏) 무렵에 한창 못자리를 하므로 볍씨를 뿌리고 물을 대놓았는데 바람이 불면 볍씨(씨나락)들이 몰렸다, 이때 못자리 물을 빼서 볍씨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라는 속담은 재래종을 심던 시절에는 입하(立夏) 무렵에 물을 잡으면, 근 한 달 동안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비료분의 손실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된다는 뜻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는 목화가 풍년 든다는 뜻으로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 날이면 그해 목화가 풍년 든다.”는 말도 있다.
입하(立夏)와 관련된 음식 쑥버무리
쑥설기(쑥버무리)는 멥쌀가루에 연한 쑥을 섞어 만들어 이른 봄의 향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떡으로 쑥버무리라 부른다. 쑥버무리는 애병(艾餠)이라고 불리어지며 쫄깃하고 향긋한 쑥설기의 독특함이 나른한 봄날의 미각을 살려 내기에 참 좋은 음식 중 하나이다. 또한 예부터 백성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떡이기도 하다.
이 떡은 춘궁기의 구황식품일 뿐만 아니라 민간요법의 치료식으로 가장 손꼽히는 것 중 하나였다. 쑥잎을 애엽(艾葉)이라고 하는데 출혈, 복통, 토사 등의 치료에 쓰이고 그 쑥 즙은 해열, 진통, 해독과 구충, 혈압강하와 소염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