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란 어떤 절기인가?
곡우(穀雨)는 봄 농사를 준비하는 절기인 청명(淸明)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로 봄의 마지막 절기에 해당된다. 곡우의 시기는 태양의 황경(黃經)이 30°에 해당할 때이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져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와 관련된 속담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 즉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 든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곡우에 대한 속신
옛날에는 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하여 볍씨를 담갔는데, 이때 볍씨를 담가 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뒀다. 그 이유는 밖에서 부정한 일을 당하였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 혹은 초상집에 간 사람들이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안에 들어오게 하였다, 그리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도록 했다. 혹시나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만지거나 보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신(俗信)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 곡우의 대한 속신들
경기도 포천에서는 곡우에 비가 많이 오면 그 해 농사가 좋고, 비가 적게 오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하며, 인천 옹진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샘구멍이 막힌다고 하는데, 이는 가뭄이 든다는 말이다. 경남 남해에서는 곡우일이 되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경기도 김포에서는 곡우 때 나물을 장만해서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전북 순창에서도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긴다. 이런 날씨점을 통해서도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농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경북 구미에서는 곡우일에 목화씨를 뿌리며,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기라고 찰밥을 해서 먹는다. 그리고 새를 쫓는다고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기도 한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곡우 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도 있다.
경북 지역에서는 이날 부정한 것을 보지 않고 대문에 들어가기 전에 불을 놓아 잡귀를 몰아낸 다음에 들어간다. 그리고 곡우 날에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는데, 이는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곡우에 무명을 갈거나 물을 맞기도 하는데, 이날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르며 신경통이 낫는다고 한다.
해남이나 강진 등에서는 곡우물을 먹으러 대흥사(大興寺)로 가고, 고흥 등지에서는 금산으로, 성주 등지에서는 가야산으로 가서 먹는다. 거자수(자작나무 수액)는 특히 지리산 아래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특히, 신병이 있는 사람이 병을 고치기 위하여 그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외지 사람들에게 더 약이 된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곡우날 사시(巳時)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둥둥 떠내려간다고 하여 사시를 피해 볍씨를 담갔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다.
충남 보령에서는 곡우낙종이라 하여 곡우에 볍씨를 논에 뿌렸다고 한다. 볍씨를 담은 가마니에는 물을 줄 때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게 볍씨 위에 솔가지를 덮어두었으나, 물뿌리개가 생긴 뒤에는 솔가지가 필요 없어 올리지 않는다.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 곡우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다. 그래서 전라남도나 경상남북도·강원도 등지에서는 깊은 산속인 유명한 명산으로 곡우 물을 먹으러 가는 풍속이 있다. 경칩 무렵부터 나오는 고로쇠물은 주로 산다래나 자작나무·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나오는 물을 말하는데, 통을 나무에 달아 며칠씩 수액을 받아두었다가 마셨다. 곡우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마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