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 / 2022. 11. 21. 15:39

국화주를 즐겼던 절기 상강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상강

상강은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 한로(寒露)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동(立冬) 사이에 드는 절기로, 24절기 가운데 열여덟째에 해당한다.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로 상강의 시기는 양력으로는 1023일 또는 1024일이고, 음력으로는 9월에 들어있다. 태양의 황경(黃經)은 약 210°가 된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고, 아침이면 온 땅이 서리로 뒤덮여 아침 햇살을 받아 온통 하얗게 반짝거린다. 이때 내린 서리가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의 들에서는 가을에 다 여문 곡식들을 거두어들이는 가을걷이로 분주해진다.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벼를 베고 벼에 있는 이삭들을 떨어뜨려 알곡을 거두는 타작을 한다. 벼를 베어낸 논에는 다시 이모작용 가을보리를 파종한다.

이 시기에는 밤·감과 같은 과실을 거두어들이며, ·수수 등을 수확하고 누렇게 익은 종자용 호박을 따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 농민들은 밭에서 마지막으로 자란 고추와 깻잎을 따고, 다시 고구마와 땅콩을 캔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정성들여 가꾼 것을 가을 절기인 이 시기에 비로소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계절이요,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때가 바로 상강 무렵이다. 이 무렵의 제철음식으로는 국화전을 꼽을 수 있는데, 국화를 따다가 먼저 기름을 두른 번철에 여러 색의 국화꽃을 먼저 올리고 그 위로 쌀이나 밀가루 등 각종 반죽을 놓고 지져 먹는다. 그 밖에 국화를 이용해 국화주를 빚어 마시기도 하고, 화채를 비롯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 했다.

권문해(權文海)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을 보면 상강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이 기록을 보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한밤중에 내린 서리로 온 사방이 깨끗하다고 적혀있다. 도 가을 철새인 기러기를 언급하면서 철새의 교차와 식물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파란 잎에서 노랗게 변해 시들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고서에 나온 상강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였다. 첫 번째 5일인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다고 했다. 다음 5일인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변하여 떨어지는 때라고 했으며 마지막 5일인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다고 하였다.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중국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강과 관련된 풍속 둑제

조선시대에는 상강에 국가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하기도 했다. 이 제사는 조선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軍令權)을 상징하는 둑[]에 지내는 제사를 지냈다. 경칩(驚蟄, 음력 2)과 상강일(霜降日, 음력 9)에 병조판서가 주관하여 제사를 지낸다. 둑제는 국가의 군사권을 상징하는 제사로서 고려시대부터 그 기록이 나오기 시작하여 조선 성종대 편찬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는 소사(小祀)로 규정되었다. 이 제사는 유일하게 무관들이 주관하여 지내는 제사이다.

 

상강의 절기에 마신 국화주

국화주(菊花酒)가 절기주로 뿌리내리게 된 것은 등고(登高), 상국(賞菊)의 풍속에서 찾을 수 있다. 옛 사람들은 음력 9월 9일인 한로가 연중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중앙절에 높은 산을 오르면 양()의 극치인 태양을 가까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날 태양의 기운을 받으면 일 년 내내 건강해진다는 믿음에서 산을 올랐다고 한다, 이때 주변의 야산에 핀 국화꽃은 태양의 기운이 감돈다고 하여 화전(花煎)과 차() 즐기게 됐고 또 술에 띄워 마시는 풍류를 즐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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