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 / 2022. 11. 7. 12:03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 절기 처서 24절기의 열네 번째 절기를 알아보자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절기 처서(處暑)

처서(處暑)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立秋)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인 백로(白露) 사이에 드는 절기이다.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처서(處暑)가 오는 시기는 음력으로는 7월 중순 무렵인 7월157월 15일 이후에 들며 양력으로는 823~ 8월 24일 경이다.월24일경이다. 이때 태양의 황경(黃經)150˚에 달할 때부터 15°사이에 있을 시점이며, 이 무렵이 되면 입추 무렵까지 기승을 부리던 한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처서'라는 말은 더위기 그친다는 뜻에서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중국에서의 처서(處暑)

옛 고서인 고려사(高麗史)에서는 처서에 관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적고 있다. 24절기가 중국에서 유래되다 보니 옛날 중국에서는 처서 15일간을 5일씩 3(三候)로 세분하여 나눴다. 첫 5일 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둘째 5일 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푸나무를 말려 죽이는 쌀쌀한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 간인 말후에는 논에서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하였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농경사회의 처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농사의 풍흉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처서의 무렵의 날씨에 대한 관심도 컸다. 다른 절기와 마찬가지로 절기의 입기일이 오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농점(農占)도 다양했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했다.

예전에는 부인과 선비들이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 그리고 이 때가 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찾아 풀을 깎는 벌초를 했다.

 

 

 

지역마다 중요하게 생각한 처서비(處暑雨)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한다.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처서에 비가 오면 한동안 잘 자라던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의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가을바람에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서 결국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백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말들이다.

 

이와 같은 처서비에 대한 관심은 전국적으로 확인된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고 한다. 예로부터 부안과 청산은 대추 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하여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대추가 흉작이 드니 대추를 팔아 돈을 마련하여 혼수 장만을 했던 사람들은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니 혼사를 앞둔 큰 아이들의 혼수장만을 걱정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라고 한다. 지역을 불문하고 처서비는 농사의 풍흉의 마지막을 결정짓는 요소였다. 그러므로 처서비를 몹시 꺼리고 이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처서(處暑)와 관련된 속담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 가고,, 농부들은 여름내 매만지던 쟁기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한다.

 

또 이 무렵은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음력 7월경 날을 잡아 하루를 즐기는 농가의 휴일을 보냈는데 그것을 백중(百中)의 호미씻이[洗鋤宴]이라고 불렀다. 한가한 농사철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로 “어정칠월건들팔월”이란 말도 한다.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거리면서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빗대어 이른 말이다. 이것과 같은 의미로 마땅히 할 일은 안 하고 몹시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함을 비유한 속담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역시 이때의 한가함에서 비롯된 말이다.

 

또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은, 이 때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뜻에서 생긴 것이다. 즉 여름내 정성 들여 가꾼 오곡이 마지막 결실의 때를 맞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볕의 기운을 받아 누렇게 익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가 내리게 되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1년 농사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처서 무렵이면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해야 벼의 이삭이 패일 수 있었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이렇게 처서에 관련된 속담과 말은 참 많다. 그 이유는 처서 동안에 농사일을 잠시 쉴 수 있고 수확의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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